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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통일준비9]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북한주민우선'의 통일정책 수립 등록일 2017.12.06
글쓴이 통일전략연구소 조회 255

[통일준비9]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북한주민우선'의 통일정책 수립

 김윤태(통일전략연구소 소장, 통일학 박사)

 

통일이 언제 어떤 경로로 이루어질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남북합의에 의한 통일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어떤 형태이든 북한체제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에게 갑작스런 변고가 발생한다면 남한 주도의 흡수통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고 남북한이 북핵문제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더라도 체제 자체가 갖고 있는 취약성으로 언제 위기가 닥칠지 알 수 없다. 반면 북한 당국이 체제불안 요인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제성장에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체제안정성은 높아지고 통일은 중장기 과제가 될 수도 있다. 통일은 올해 당장 이루어질 수도 있고 5년 후나 10년 후, 30년 후에 이루어질 수도 있어 불확실성과 예측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일에 대한 모든 가능성에 완벽히 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효과적인 통일정책 수립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는 당장 내일이라도 있을 수 있고 상당한 혼란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의 중장기 변화에 초점을 맞춘 통일정책도 같이 준비해야 한다. 통일은 워낙 많은 변수와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부정책을 수립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 분단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북한을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통일정책, '북한 주민 우선'의 통일준비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북한 사회를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통일정책에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북핵문제로 인해 대화나 협상이 불가능하고 국제적 압박에 집중해야 하지만 북핵위기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면 남북 대화와 교류, 협력 역시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분명한 원칙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북한문제로 인한 갈등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은 대북 퍼주기 논란을 가져올 것이며 이로 인한 정치적 혼란은 북한만 이롭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남북교류와 협력이 가시화 되는 시점이 오면 이를 통해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통일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북한의 체제변화를 이끌어 내는 핵심 동력이 북한 주민이라는 점에서 북한 주민 우선의 통일정책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당국과 주민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협력을 할 때 이것이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인지 북한 당국만 이롭게 하는 것인지 모호할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통일 및 대북정책은 탄력성과 융통성을 가지고 그 영향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책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다소 북한정권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북한 주민에게 더 유리한 정책이라면 적극 검토될 필요도 있다. 

 

분명한 것은 대북정책에서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갖는 것이 무엇보 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몇 가지 방향성이 필요한데 첫째, 북한 주민과의 직접적인 접촉면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협력을 하더라도 단순 임가공보다는 자본과 기술, 인력이 상호 교류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이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의 조건으로 우리 인력이 대거 들어가거나 아니면 북한 근로자들이 넘어와 남한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월급을 인상해 주더라도 대신 한국 기업이 직접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고 교육시키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추진해볼 수도 있다. 또한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물품들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팔릴 수 있도록 개성공단의 내수시장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개성공단 물품이 북한 내부에서 많이 유통되고 팔릴수록 북한의 시장화와 한류확산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북한 주민들을 외부세계와 접촉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일으켜 아래로부터의 통일논의를 촉진하는 기능을 할 것이다. 

 

둘째,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통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북정책을 세울 때 그것이 북한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북한 주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연구해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에 대규모 홍수나 식량난과 같은 인도주의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이를 북한 주민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 남북 당국간 협의에만 매달린다면 지원이 성사되지 않거나 중간에 착복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대북지원은 늘 그 효용성을 놓고 다툼이 발생하는데 우리의 지원 사실을 북한 주민에게 직접 알린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러한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우리의 지원을 거부하면 민심을 잃게 될 것이고 또 지원을 받을 경우에도 착복할 수 있는 양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도적 지원은 대한민국 정부와 북한 당국 중 누가 더 북한 주민을 위하고 미래를 맡길 수 있는지 북한 주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홍보 방안이다.


가능하다면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홍보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TV와 라디오와 같은 매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권리의식이 강화되고 대한민국의 정책에 동조한다면 북한 사회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주민의 의식을 통제하고 장악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우리의 투자와 노력은 턱 없이 부족하다. 한국 TV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시청이 가능하고 북한 전역에서 들리는 라디오는 KBS 한민족방송이 유일하다. 민간 차원의 대북방송사가 여럿 있지만 단파로 송출되면서 청취도가 매우 낮은 상태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 전역에서 한국 TV와 주요 라디오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기술적 차원이 아닌 의지가 부족한 것이 더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통일은 우리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중장기적인 북한의 체제변화를 유도해야 하고 그것의 핵심은 통일한국의 일원이 될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2500만 북한 주민의 눈 뜨게 하고 귀를 터 주는 일에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북한 주민 우선의 통일정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하여 북한주민 중심의 통일논의를 이끌어야 한다. 북한 체제의 변화없는 한반도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북한을 아래로부터 변화시키기 위한 유연하고도 과감한 통일정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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