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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통일준비10] 북한의 시장경제화 등록일 2017.12.06
글쓴이 통일전략연구소 조회 109
[통일준비10] 북한의 시장경제화
김윤태(통일전략연구소 소장, 통일학 박사)

북한이 표방하는 체제는 사회주의지만 실제는 봉건왕조에 가까운 수령절대주의체제이다. 일당독재라고 하지만 조선노동당은 수령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수행하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경제 역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망한지 오래이다. 70년대부터 하향곡선을 그리던 북한경제는 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의 붕괴를 계기로 급속도로 몰락해 결국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라는 대참사를 겪는다. 이후 북한 경제는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구축한 장마당 시스템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결국 장마당이 북한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20여년이 지나면서 북한 경제는 시장경제를 떠나서는 한 하루도 작동되지 않게 되었다. 북한 당국은 2000년대 들어 시장에 대한 통제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다. 2009년 12월 극단적인 처방으로 내놓은 화폐교환조치도 민심의 역풍을 맞고 결국 책임자인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공개총살 해야 했다. 이후 시장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고 대신 시장을 활용해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김정은이 최대 업적으로 자랑하는 여명거리 건설도 실상은 민간인 돈주들의 투자에 의해 이뤄진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고 북한의 시장경제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시장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소유권과 같은 법・제도적 장치의 미비는 언제든 계획경제로 후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경제의 기둥인 시장과 상점은 법률적으론 모두 불법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주택이나 자동차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특히 북한 당국은 중국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공표한 적이 없다. 시장 참여자들은 언제 자신들의 재산을 몰수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거주이동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의 제한이나 북한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부정부패도 시장경제의 정상적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기술과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북핵문제를 해결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 시장경제의 성패는 통일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경제는 북한 주민의 의식발전과 통일기반 조성에 기여한다. 북한의 급변사태로 인한 통일이든, 점진적 변화를 통한 통일이든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주도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70년이 넘는 세월을 정반대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 온 북한 주민들로써는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과정이다. 통일이전에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안착된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장경제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권리에 대한 인식과 시장경제의 규칙 등 근대적 가치를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다. 이는 통일 후 남북한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시장경제는 막대한 통일비용을 줄이는데도 기여한다. 독일의 경험으로 볼 때 통일비용의 상당부분은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비용이다. 통일의 속도와 방식을 어떤 형태로 조절한다 해도 북한 주민의 기본적 생존은 대한민국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통일비용이 지나치게 커지면 한국의 경제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일 이전에라도 북한 경제를 시장친화적으로 바꾸어 놓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장사나 자영업 등 시장경제에 참여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만 획득 가능한 것이다.

나아가 북한 시장경제의 활성화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 자발적인 시장경제의 활성화가 북한의 경제발전의 발전으로 이어져 북한체제의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북한의 경제발전은 현 북한체제의 안정에 일정부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민주주의 확대와 인권개선에 중요한 밑바탕이 되는 양날의 칼이다. 기본적인 생존이 보장돼야만 더 높은 수준의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과 민주주의 확대는 통일의 실현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지만, 시장경제의 활성화와 경제발전 역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통일정책에도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와 지원방안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방안들은 북핵문제 해결이 전제이지만 그 전에라도 한민족방송과 같은 대북방송이나 USB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체계적인 시장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전할 수도 있다. 북핵문제가 해결된 이후라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부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행정과 교육, 기업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장경제 교육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시장경제에 대한 자문을 해주거나 금융시스템 구축,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지원할 수도 있다.

개성공단을 통한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물론 개성공단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기존 개성공단은 우리 기업과 북한 당국과의 계약에 의해서 운영됐으며 생산제품도 모두 우리에게 반입되었다. 결과적으로 북한 당국은 큰 이익을 보지만 북한 근로자나 북한의 시장경제 발전과는 큰 이해관계가 없었다. 이것을 시장원리에 맞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은 북한 근로자 개개인과 계약관계를 맺고 대신 북한의 시장원리에 맞게 임금을 책정하고 제품 역시 북한 내부로의 유통도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개성공단이 북한의 시장경제에 보다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물론 당장에는 북한이 대한민국의 도움을 거절할 가능성이 크지만 경제지원이나 투자를 매개로 잘 설득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시장경제의 운용 경험이 부족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북한을 도와줄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북한 주민에게 이해관계가 큰 시장경제와 경제발전에 대한 지원을 보이는 것 자체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통일 노력이다. 통일준비는 우리만 해서 되지 않는다. 아래로부터의 북한 변화 또한 통일준비의 중요한 한 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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